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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우리를 장애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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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7-09 20:58 조회11,3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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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장애인 보험 판결에 즈음하여

우리를 장애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마라

민간보험상 장애인차별, 장애라는 포괄적 차별이 문제


뇌병변 장애를 가진 손00(당시 36세, 여)씨는 지난 2003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후 보험사와 보상과정에서 S보험사는 손씨의 장애를 이유로 가족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함에 있어 일실수입과 위자료를 통상 보상금의 50%만 주겠다고 하였다. 손씨의 가족들은 이를 불합리하다고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지난 2005년 12월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런데 지난 달 13일 서울고등법원(민사18부, 김종백 부장판사)은 본 사건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는 원고측에 비장애인과 동일한 위자료를 주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는 기존 판례를 정면으로 뒤엎은 것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권리를 향상시켰다고 평가할만한 일이다. 손씨의 1심(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을 포함해 기존의 판례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경우, 일실수입뿐만 아니라 위자료를 산정 시에도 등급별 신체장애율을 따져 보통의 경우보다 상당 금액을 감액해서 손해배상액을 지급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장애인권 확보의 차원에서 볼 때, 분명히 고무적인 것이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의 이번 판결은 손씨의 사망에 따라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부분에 대한 것이었다. 민간보험에 있어 장애인 차별의 중요한 쟁점이었던 보상기준의 과학성과 합리성은 판결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서도 뇌병변장애 3급의 장애를 가진 사람이 노동능력에 있어 비장애인보다 50% 상실된 것으로 추정한 1심 판결은 그대로 인정되었다. 어떻게 뇌병변장애 3급인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50%의 노동능력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는가? 


물론 장애를 가진 사람의 노동능력이 일반적인 노동능력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평가할 때에는 그에 상응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를 가진 사람의 노동상실율은 AMA(미국의학협회)의 "장애등급기준"과 1930년대에 맥브라이드(McBride)가 발표한 "장애와 연령에 따른 노동상실율"을 근거로 산정하고 있다. 하지만 AMA(미국의학협회)의 "장애등급기준"은 미국인의 신체와 사회환경을 고려해 만든 장애등급이기 때문에 이를 신체조건과 사회환경이 전혀 다른 한국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무리다. 더욱이 이를 기준으로 70년도 더 지난 맥브라이드식 노동상실율을 적용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노동능력은 자신이 맡은 업무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맥브라이드식 노동상실율은 추후 보완이 있었다 하더라도 지적 노동이 현저하게 증가한 현대사회의 업무특성을 1930년대 사회를 바탕으로 한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민간보험의 차별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보상 문제에 국한되어 나타나지도 않는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보상에 따른 차별 외에도 여전히 보험에 가입하는 것부터 막혀 있는 경우가 많고, 정신지체장애나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은 자기이름으로 된 보험금을 받을 수조차 없다.


또한 장애인전용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월등하게 비싸고 보장혜택도 매우 적은데다가 이번에 신설한 장애단체보험마저도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본래 상법 732조로 인해 보험가입이 금지된 정신지체 및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제안된 것인데, 실제로 운영되는 상품들을 보면 그러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보험사는 기존의 기업보장보험에 신체장애 조항만 약간 추가하기도 하고 또 다른 보험사는 기존의 전용보험의 내용 중 "가입자를 단체명의로 할 수 있다" 정도만 바꿨을 뿐 정신지체 장애인이나 정신장애인, 중증장애인들의 보험 가입은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바로 이러한 이유로 더욱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고인이 된 손씨가 가족들에게 있어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였던 것처럼 특정한 장애를 가졌다고 하여 개인의 특성이 무시된 채 일방적으로  ‘장애’라는 포괄적인 말로 묶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편집 시간 : 2006-02-23 07:48:49.03
작성부서 : 보험차별개선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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