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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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자: 2006. 5. 27(토)
▪ 제 목: ‘헌법재판소의 시각장애인 안마업 위헌 판결’은 무효다!!!
- ‘헌법재판소의 시각장애인 안마업 위헌 판결’에 대한 우리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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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시각장애인 안마업 위헌 판결’은 무효다!!!
- ‘헌법재판소의 시각장애인 안마업 위헌 판결’에 대한 우리의 입장 -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허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5월 25일은 대한민국의 450만 장애인들에게 재앙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일반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각장애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줘야 하는 공익이 우선하기 때문에 비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것은 법익 균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소수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시각장애인의 생계보장 등 공익에 비해 비시각장애인들이 받게 되는 기본권 침해가 지나치게 크다며 7대1 위헌판결을 내렸다.
우리는 이런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이번 판결이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책상 위에서 이루어진 판결이기 때문에 판결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백 번 양보해도 수긍할 수 없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주지하다시피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평등권, 그리고 행복 추구권 보장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이런 헌법재판소가 사회의 가장 취약 계층인, 그래서 누구보다 헌법재판소의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등을 돌리고, 앞장서서 장애인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판결을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거꾸로 장애인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판결을 내렸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헌법재판소 무용론까지 제기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사태이다.
돌이켜보면 이번 판결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는 앞선 판결에서도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장애인들의 호소를 이유 없다며 기각한 전례가 있다. 이렇게 헌법재판소는 근래 들어 잇따른 보수적 판결로 소외계층을 외면하며, 기본권을 침해당한 국민들의 마지막 보루라는 취지가 무색한 실망스럽고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특히 이번 헌법재판소 판결이 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아도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판결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위헌 판결을 내리기에 앞서 시각장애인들이 현실에서 안마업이 아니면 도대체 어떤 직종에 취업해서 삶을 꾸려갈 수 있는지 한 번쯤이라도 고민해 봤는지 묻고 싶다. 헌법재판소는 판결문에서 안마업에 종사하는 시각장애인이 시각장애인들 중 일부라고 했지만, 현실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안마업에 종사하는 시각장애인은 일부가 아니라 시각장애인 전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시각장애인 학교에서도 유일한 직업교육은 안마업 뿐인 것이다.
이해가 상반되는 어떤 판결을 내리려면 먼저 당사자들이 어떤 형편에 놓여 있는지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알고도 모르는 체 했는지는 몰라도 시각장애인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현실에 눈을 감았다. 우리는 위헌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시각장애인들의 현실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판결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주지하다시피 안마업은 시각장애인들의 유보직종이다. 유보직종은 객관적으로도 인정되는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운 실정을 고려해 국가가 특정 직종을 시각장애인들에게 배려해 삶을 영위하도록 한 조치다. 유보직종은 외국에서도 가령 스페인이 복권판매업을 시각장애인들의 유보직종으로 지정한 것처럼, 비장애인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을 배려해 국가가 시행하는 장애인복지정책의 성격이 짙다.
국내에서도 멀리 조선시대 때부터 시각장애인들을 배려한 유보직종 정책이 시행됐으며, 근대에 국가가 안마업을 시각장애인들의 유보직종으로 지정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1912년이다. 이렇게 오래된 정책을, 그것도 소외계층으로 인식되는 장애인을 배려하는 정책을 단지 비시각장애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간단하게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릴 수는 없다.
우리는 이런 식이라면 기초생활보호대상자에게 지급하는 생계수당도, 또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장애수당도 모두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판결해야 한다고 믿는다. 시각장애인들의 안마업처럼 국민 전체가 아닌 힘들게 사는 국민 일부를 배려하는 정부 조치가 헌법재판소 시각대로 위헌이라면, 생계수당과 장애수당도 국민 일부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위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또한 우리는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을 장애인, 특히 누가 보아도 직업을 갖는데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비장애인과 동일하고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라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헌법재판소가 강조하는 국민의 행복하게 살 권리를 보장하는 판결이라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는 것을 밝혀두고자 한다.
헌법재판소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는 몰라도,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취약 계층에게 정부가 적극적인 구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는 명백한 차별이고 직무 유기다. 그래서 만약 정부가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업을 배려하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하게 국민의 행복하게 살 권리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존재 근거인 헌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위헌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거꾸로 국민의 행복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취한 조치를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판결을 헌법재판소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지, 답변해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시각장애인을 보호장치 없이 자유 경쟁시장으로 내모는 것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특별한 대안을 찾아볼 수 없는 현실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업이나마 보장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이 직업을 갖지 못하고 결국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해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또한 시각장애인들 대부분이 정부의 큰 짐으로 남을 것도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평등에 앞서 사람으로서 살 권리가 우선한다는 점이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답게 사는 것이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는데 동의한다면, 마땅히 헌법재판소는 이번 위헌 판결을 스스로 거둬들여야 할 것이다.
아니면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 보장은 우리 책임이 아니라며 발을 빼지 말고 위헌 판결로 초래될 것이 분명할 시각장애인들의 대규모 실직과 고통스런 삶에, 헌법재판관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위헌 판결로 초래될 혼란에 정부는 아무런 책임과 대책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모든 책임은 헌법재판소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 나아가 이번 판결은 누가 뭐래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무효임을 선언한다.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을 말살한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조속히 450만 장애인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스스로 판결 무효를 선언할 것을 권고한다.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향후 장애인들이 앞장서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퇴진 운동과 헌법재판소 무용론을 강력하게 주장해 나갈 것이다.
우/ 리/ 의/ 요/ 구
1. 소외계층 외면하는 헌법재판소는 각성하라
2. 헌법재판소는 시각장애인 생존권 말살하는 판결을 거둬들여라
3.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무지를 시인하고 장애인들에게 공개 사과하라
2006.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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