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대기가 하늘을 휘감았던 3월 22일, 우리는 신문 사회면을 통해 청각장애인 김○○씨의 죽음을 마주해야만 했다.
0.5톤 트럭을 개조해 떡볶이, 어묵을 팔아 번, 하루 1-2만원의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해오던 김 씨가 불법노점행위로 관할 시청에 적발되어 부과 받은 벌금 70만원과 가족 4명이 사는 원룸 방세 30만원을 마련하는 것을 고민하다 결국 길지 않은 삶을 마감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받은 매월 40만원의 급여로 한 달 방세 30만원과 4인 가족의 생계를 꾸려갈 수 없었던 김 씨는 노점상을 해서 가족을 부양하려고 했지만, 이것조차 불법(!)을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열성(?)에 가로막혔다.
김씨의 죽음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행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라는 법적 지원체계를 운영하는 정부가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생존권조차 보장하지 못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더 나아가 정책 입안 시 장애를 가진 국민이 갖는 장애 특성과 그에 따른 생애주기별 요구는 고려 대상조차 되지 않았음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제 정부는 제도 안으로 들어온 국민조차 삶의 희망을 발견할 수 없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암울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예산이 없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며 선택한 생계비 지급이라는 일방적인 방식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여, 장애 특성과 생애주기를 고려한 실질적인 생존권 보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1984년 9월 김순석, 1992년 박승학, 1995년 3월 최정환, 1995년 11월 이덕인, 2002년 3월 최옥란, 그리고 2005년 3월 김○○...
우리는 더 이상 ‘사회적 타살‘로 생을 마감하는, 장애를 가진 사람의 이름이 적힌 근조(謹弔)의 슬픈 깃발이 흔들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점상을 시작했던 그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자신의 책임은 방기한 채, 불법(!)이라는 사회적 잣대를 제멋대로 들이대는 정부를 이 죽음의 가해자로 고발한다.
삶의 현장에서 빈곤과 장애에 마주선 이들에게 또 다른 김 씨가 될 것을 강요하는 폭력이 득세하는 것을 외면한 정부가 이제 그의 죽음에 답하라!!!
2005.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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