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정부부문 장애인 의무고용 2%축하연은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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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7-06 16:09 조회8,977회 댓글0건본문
사진출처 : 위드뉴스(withnews.com)
논평 장애인들은 죽어가고 있는데 정부부문 장애인 의무고용 2%축하연은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4월 11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상임대표 이익섭,·이하 장총련)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또 다른 시작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정부부문 장애인 의무고용 2% 조기달성 축하연을 열었다. 정부에서 김대환 노동부장관과 조창영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하고 장애인 당사자주의를 주장하는 이익섭 장총련 대표 등 장애계를 대표한다는 사람들이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이들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건넸다. 그 다음 날 어제, 서울에서 또 한 명의 장애인이 달려오는 지하철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한계 상황에 부닥친 장애인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 생계형 노점을 하다가 단속반에 의해 부과된 벌금 70만원 때문에 목숨을 끊어야 했던 청각장애인, 한강에 뛰어든 뇌병변 장애인, 구청현관에 목을 매 자살한 빈민장애인, 부양대상자라는 이유로 가족에 의해 살해당한 일가족 장애인, 그리고 어제 지하철에 뛰어든 정신지체인까지, 장애인들의 죽음의 행렬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채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장애인들이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고, 차별과 억압 속에서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버리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장총련이 장애인 자살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당사자인 정부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행사를 주최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행사의 주제인 장애인 의무고용 2% 조기 달성만 해도 그 허구성은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 2%를 달성한 기관이 중앙행정기관 50개 중 27개에 불과하고, 장애인 고용률이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행정기관도 산업자원부를 비롯한 8개 기관에 이르고 있으며,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총 87개 기관 중에서 의무고용율 2% 미만인 정부 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34개 기관에 이르고 있다는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또 하나 주지하다시피 장총련이 축하 꽃다발을 안긴 노동부는 적용제외율이라는, 장애인을 심각하게 차별하는 제도를 고수한 채 시행하고 있어 장애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정부 부처다. 장애인들에게 빨간 줄을 그어 이 선은 절대 넘으면 안 되고 이런 직종에는 절대 취업할 수 없다면서 차별의 굴레를 씌우고 있는 기관이 노동부인 것이다. 여기에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노동부는 어느 누구보다 고용이 절실한 중증장애인 고용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정부의 공무원 채용도 경증장애인 위주로 이뤄지고 있으며 중증장애인 문제는 복지부가 알아서 할일 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는 죽어가고 있고, 또 죽을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이 대부분 중증장애인이라는 데 주목한다. 그리고 장애인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실업의 고통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즉 중증의 장애를 이유로 사회에서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지금 장애인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장애계 일부에서는 중증장애인 문제는 연금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이런 방안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증장애인 문제를 연금만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결국 장애인을 기생계층으로 낙인찍는 것이기 때문에 장애인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모욕인 것이다. 물론 연금도 필요한 수단이지만 장애인은 연금에 앞서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중증장애인도 국민임이 분명한 이상 장애에 적합한 직업을 가질 권리가 분명히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당연히 노동부는 장애인의 이런 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현실은 노동부는 시장 논리를 앞세워 중증장애인 고용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중증장애인 고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정부 부문 장애인 2% 고용을 달성했다며 자만에 빠져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노동부가 존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실업의 고통속에서 몸부림 치고 있는 장애인 입장에서는 오히려 타도해야 할 부처가 노동부인 것이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장총련이 노동부 장관을 불러 2% 고용 달성 축하연을 연 것은 한 마디로 장애인을 배신한 행위로 규정지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장총련은 장애인 당사자주의를 내세우고 있는데, 만약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 서 있다면 중증장애인 고용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노동부 장관에게 축하 꽃다발을 안겨주기보다는 대립각을 세우고 중증장애인 고용 문제를 해결하라고 성토하는 게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올바른 처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63빌딩에서 연 잔치에 든 비용의 일부라도 떼내 실업의 고통속에서 죽어간 장애인들의 영전에 꽃 한송이라도 바치는 게 당사자 정신에 입각한 장애인 단체가 할 일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중증장애인들의 가슴에 피멍만 들게 한 이번 행사가 누구에 의해 기획되고, 무엇을 위해, 왜 열렸는지 그 배경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다시는 이와 같은 저의가 의심스러운 행사가 열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지금 봄꽃이 활짝 만개하고 있는데 반대로 장애인들은 속절없이 죽어가고 있다. 그 원인이 실업이 고통임이 분명한 이상 노동부와 장총련은 축하연이라는 잔치를 열기보다는 장애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하루 속히 중증장애인들이 죽어나가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1. 노동부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적용제외율 제도를 즉각 폐지하고, 실효성 있는 중증장애인 고용 정책을 마련하라! 2. 장총련은 장애인을 기만한 축하연 행사를 연 것에 대해 사과하라!
2005. 4. 13 |
편집 시간 : 2005-04-13 21:00:15.637 작성부서 : 정책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