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국어과 자격연수」 교사들과 함께 한 인권교육을 마치고..
<다름과 틀림>
학생들에게 국어 시간 중에 말뜻의 차이를 설명할 때면 꼭 이야기하는 단어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다르다’와 ‘틀리다’ 이다. 무의식 중에 가장 많이 ‘틀리게’ 사용하는 단어가 아마도 이 ‘다르다’와 ‘틀리다’일 것이다. ‘다르다’는 ‘같다’의 반대말이고 ‘틀리다’는 ‘맞다’의 반대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상황에서 ‘틀린’이란 말을 쓰고 ‘틀린’ 상황에서 ‘다른’이란 말을 쓴다.
“외국인 노동자와 우리는 피부색이 틀려!”, “나는 쟤랑 생김새가 틀려!”
‘맞다’를 전제로 한 ‘틀리다’의 잘못된 사용은 우리 사회가 가진 편협함과 획일성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21일 중등 국어과 1급 정교사 연수 중인 교사들이 참가한 장애우 권익 문제 연구소 ‘장애체험 및 인권교육’ 시간도 바로 우리들이 가진 편협함과 우리 사회의 획일성을 똑똑히 깨우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장애우를 대하는 에티켓을 배우는 시간’은 나와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틀려먹은’ 사람이 바로 나였다는 걸 깨우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2인 1조로 진행된 ‘장애체험’. 1시간 동안 조별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었는데 내가 속한 조는 5호선 여의도역에 가서 편의시설(리프트, 엘리베이터)이 몇 번 출구에 있는지 확인하고 오는 것이었다. 당산역에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기에 1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정확히 1시간 만에 여의도역에 도착하면서 나는 내 몸에 흐르는 진땀과 사람들이 던지는 무심한 시선이 주는 불편함,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면서 얼마나 우리 사회가 틀린 방식으로 시설과 여건,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으로 느리게 사는 것이 아니라 단지 소수자인 이유로 다수에 의해 강요된 느림이라면 이것은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임에 틀림이 없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치면서 광화문 도심 한복판을 휠체어를 타고 건너는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이유에 대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하나 더. 학교현장에서 7차 교육과정에 의해 강조되어 온 것이 봉사활동이다. 학생들은 주로 시설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시설 책임자에게 시간을 확인해 오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교육시간에 간사님들께서도 이야기해주셨지만 우리나라 장애인 보호시설의 문제점(사회와의 격리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에 대한 인식 없이 또 시혜적인 태도를 갖고 진행하는 봉사활동의 문제를 꼼꼼히 인식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칠 의무가 교사들에게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지막. ‘다르다’는 이유로 ‘틀린’ 것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횡포다.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 배우고 깨우치고 실천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요,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덧붙임. 짧은 시간임에도 충분히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해주신 목미정 간사님, 박숙경 간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배재고등학교 국어담당 김중현 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글입니다.
지난 8월 21일 토요일, 연구소에서는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들의 장애체험과 인권교육이 진행되었다. 이번 인권교육은 방학을 맞아 실시하는 교사 연수 프로그램 중에서 장애 파트를 선택한 선생님들이 연구소에 인권교육을 의뢰해 옴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이날 교육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1부는 장애체험을, 2부에서는 영상과 더불어 강의가 진행되었다.
휠체어와 안대, 케인을 이용하여 지하철을 타 보는 장애체험을 통해 장애를 가진 사람의 입장이 되어 봄으로써 장애란 것은,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불편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불편하게 작용하는 물리적인 환경에서 온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또 장애는 무엇인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났을 때에는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강의를 통해 배우는 시간도 갖었다.
이날, 인권교육을 통해 선생님들에게 장애를 가진 사람이 “나와 틀린 사람”이 아닌 “나와 다른 사람”으로 새롭게 다가왔길 바란다. 우리 모두의 얼굴이 다르듯이 장애란 것도 하나의 모습일 뿐 모두가 우리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라는 걸 기억하고 그것이 실천으로 빛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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