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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고 있는 가족에 의한 장애인 살해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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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7-05 17:37 조회10,0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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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 수 신: 언론사 사회부 기자

▪ 일 자: 2003. 10. 24(금)

▪ 제 목: 최근 잇따르고 있는 가족에 의한 장애인 살해에 대한 성명


성 명 서




잇따르고 있는 가족에 의한 장애인 살해,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지난 10월 19일 한 아버지가 경추탈골증후군을 앓아 전신마비 장애 상태로 있던 자신의 딸(19세)의 산소호흡기 전원을 꺼 죽음에 이르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최근 들어 정신지체를 가진 손자의 장래를 염려해 동반 자살한 할머니, 사고로 정신장애를 가지게된 남편을 굶겨 죽인 아내 등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에 의한 장애인 살해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제 부모가 장애를 가진 자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닐 정도로 어느새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죽음에 대해 무감각하고 관대한 사회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가족에 의한 장애인 살해가 일어날 경우 사람들은 얼마나 살기 힘들었으면, 얼마나 절박했으면 부모가자식을 죽이겠느냐며 장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부모를 동정하고 선처를 바란다. 그뿐 누구도 억울한 죽음을 당한 당사자인 장애인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고 있다.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이 가족들에게 살해당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비극의 일차적인 책임이 정부와 사회에 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장애를 가진 자식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면, 장애인이 생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라면, 그리고 장애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라는 전제하에 가족들이 장애인을 돌볼 수 있는 충분한 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면, 부모가 피붙이인 자식을 살해하는 가슴아픈 비극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게 전혀 희망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장애인이 살기에는 온통 가시밭길뿐이고, 그런 장애인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의 절망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자녀를 돌보기 힘들다고, 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장애인이 모두 죽어야한다면, 분명한 것은 살아남을 수 있는 장애인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장애인도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있다.



현재 장애인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깊은 절망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타까워도 살인은 어떤 이유로도 미화될 수 없는 말 그대로 살인일 뿐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무방비상태일 수밖에 없는 자녀를 살해한 것은 범죄행위에 다름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전신마비 상태로 누워있더라도, 또 장애 때문에 의사 표시를 제대로 못하더라도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사람의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내 자식이라는 잘못된 소유욕으로 살해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범죄라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자 하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는 최근 연이어 이어지는 가족에 의한 장애인 살해를 가족이 아닌 장애인 입장에서 바라보고 하루속히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와 사회에 요구한다.


먼저 빈곤과 장애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사회안전망을 확대해서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충분한 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에 장애인 자녀를 살해한 아버지의 경우 감당하기 힘든 의료비가 자녀 살해의 주원인이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장애 때문에 필요한 의료비를 정부에서 지원하지 않고 개인이 감당할 경우 조만간 우리는 또 다른 장애인의 죽음을 목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가족이 장애인 가족을 돌볼 때 의료비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정부는 건강보험법을 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책을 마련해서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들이 본인의 의사가 아닌 타인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 죽음들을 온정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보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장애인들은 심하게 말하면 가족에 의해 제거 당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장애인들은 억울하게 죽어 구천을 떠돌고 있는데, 정작 장애인을 살해한 가족들은 사회의 동정을 받고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상은 가족에 의한 장애인 살해를 더욱 부추길 뿐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도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 소중한 권리가 타인에 의해 훼손당하지 않도록, 단호하게 대처해 줄 것을 촉구한다. 비록 가족이라도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가중처벌 등 선례를 남김으로써 장애인의 억울한 죽음의 행진을 멈추게 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에 의해 장애인이 살해당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이 사회는 더 이상 장애인을 죽이지 마라, 분명 풀 한포기 보다는 더 소중한 장애인의 생명이 경시당하지 않도록 정부와 사회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2003년 10월 24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편집 시간 : 2003-10-27 09:56:42.89
작성부서 :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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