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논평] "지고지순한 부부애, 편집실수로 장애학대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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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애우문화센터 작성일09-05-26 11:36 조회11,952회 댓글0건본문
“ 지고지순한 부부애, 편집실수로
장애학대로 둔갑 ”
-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다시 만난 길 위의 휠체어 부부’편을 보고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팀이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가자는 취지로 제정된 ‘부부의 날’을 기념하고자 방영한 ‘다시 만난 길 위의 휠체어 부부’편이 오히려 ‘학대’논란을 일으키며 일파만파하고 있다.
지난 5월 21일(목) 방영된 ‘다시 만난 길 위의 휠체어 부부’편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있는 부인에 대한 남편의 따뜻한 사랑을 통해 감동을 선사하려 했으나, 방송이후 네티즌들은 해당 시청에 민원을 접수하고,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SBS ‘긴급출동 SOS 24’에 취재를 요청하는 접수가 쇄도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 역시 휠체어를 미는 남편의 모습이 마치 ‘노예 같다.’, ‘남편의 모습은 사랑이 아니다’, ‘제작진은 아내에게 시청자들의 분노를 알려야 한다.’ 등의 150여건이 넘는 글이 올라오고 있으며, ‘부부와 사랑이란 이름으로 지적장애가 있는 남편을 노동착취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내용의 블로그 포스팅이 올라오며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우방송모니터단(이하 장애우모니터단)이 이날 방송된 ‘휠체어 부부’편을 모니터한 결과 시청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작진의 의도와 다른 잘못된 편집구성으로 발생한 문제로 정리 내리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은 1998년부터 시작해 10여 년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기하고 놀랍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날 방송분은 지난 2003년 8월 6일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의 사랑’편에 아내의 재활을 위해 매일 6시간씩 휠체어를 밀고 다녔던 내용으로 출연한 김영애(지체장애 1급)씨, 남편 홍인식(지적장애 1급)씨 부부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6년여가 흐른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확인해보며 한결같은 부부애를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제작됐다.
방송을 본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으나 공통적으로 지적된 점은 ‘아내에 대한 남편의 사랑’이 부각되기보다 장애를 도드라지게 드러내는 과정에서 ‘아내에게 학대받는 듯 보이는 남편의 모습’이 강조되며 시청자들에게 공분을 산 것으로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면 6년 전 처음 방송 당시의 모습과 현재 부부의 모습이 교차편집 돼 보여 지는데, 남편의 휠체어 미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너무나 고통스러우며 힘들어 하는 것이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6년 전에도 6시간의 거리를 휠체어를 밀며 아내의 재활을 위해 위험한 도로를 달렸지만, 6년이 지나 50세가 넘는 나이에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매일 같이 그런 생활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사랑이라기보다는 학대로 느껴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제작진을 이를 간과하고 있었다.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한 장면>
이런 결과는 집에 돌아와 아내를 위해 가사 활동을 한 후 지쳐 잠들어 버린 모습이 연이어 보여주면서 다리를 주물러주고, 잠든 남편을 보고 있는 아내의 행동이 가식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한 장면>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한 장면>
이런 편집은 시청자들에게 지체장애가 있는 아내가 지적장애가 있는 남편을 이용해 혹사시키는 듯 보이게 만들었으며, 이 때문에 ‘사랑’을 이야기하려던 꼭지가 ‘학대’에 눈살 찌푸리게 되는 방송으로 비쳐지게 됐다.
결국 ‘극적인 모습만을 연출하려 했던’ 제작진의 의도는 과장된 편집으로 인해 출연에 응한 부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으며,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장애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심는 크나큰 우를 저질렀다.
만약 제작진이 재활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아내가 몇 시간에 걸쳐 수원의 복지관까지 가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인근지역에서 재활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든지 저상버스 등 연계 교통편이 없어 남편이 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함께 그려내거나, 전동휠체어 등 남편이 그토록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제시했더라면 보다 알찬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장면을 생략한 채 아내에게 희생하는 남편의 모습만을 강조하다보니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라고 해석된다.
아내를 위해 휠체어를 미는 남편의 사랑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결국 장애에 대한 정보와 지식 없이 감성만을 자극하기 위한 잘못된 편집의도로 시청자들은 이들 부부의 이야기가 결코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남편에게 대하는 아내의 행동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토로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이런 문제는 나름 잘 살고 있는 부부의 진실과는 상관없이 아내에 대한 대중들의 비난만 계속 될 것이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첫째, 제작진은 휠체어 부부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그에 대한 다양한 이유까지 설명함으로써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둘째, 휠체어로 이동하는 방법 외에도 근거리에 있는 재활치료 기관이나 전동 휠체어 사용 안내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제작진들은 장애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 때 관련 단체를 통해 모니터나 자문을 구하거나 관련 가이드북을 참고해야 하며, 장애 감수성을 기반으로 편집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
담당: 최미희(02-2675-8672)